한국에는 왜 다이슨 같은 기업이 없을까

입력 2016-03-04 17:41  

(안재광 중소기업부 기자) 한 사모펀드 대표와 중견그룹 회장이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이들은 기업의 ‘브랜드 가치’에 대한 얘기를 주로 했다. “소비재 사업을 하면서도 브랜드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 한 중소·중견기업이 많다”고 사모펀드 대표가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경희생활과학과 신일산업 두 회사를 예로 들었다.

“스팀청소기의 대명사 한경희생활과학, 선풍기 하면 떠오르는 기업 신일산업은 우후죽순 제품 가짓수만 늘려놔 브랜드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어요.”

실제로 그랬다. 한경희생활과학은 2014년 6년 만에 처음 적자를 냈다. 돈을 많이 벌어 주었던 스팀청소기, 스팀다리미가 제품 경쟁력을 잃은 게 주된 이유였다. 한경희 대표는 이 제품들을 더 발전시키고 차별화 하는데 매달리지 않았다. 브랜드가 널리 알려진 것을 십분 활용, 사업을 확장하려고만 했다.

식품건조기, 광파오븐, 탄산수제조기, 그릴, 무선청소기, 정수기 등 한경희생활과학의 제품 가짓수는 계속 늘어만 갔다. 세탁기, 에어컨 등을 청소하는 사업까지 시도했다. 하지만 매출은 크게 늘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기대한 ‘주부들 마음을 잘 이해한 한경희 다운 제품’을 찾을수 없는 탓이었다.

신일산업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이 회사는 한때 선풍기의 대명사로 불렸다. 국내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브랜드 정체성이 모호하다. 온갖 제품을 들여와 팔기 때문이다. 청소기, 믹서기, 다리미, 체중계, 드라이 등 소형 가전 대부분을 취급한다. 다른 중소기업에서 만든 것을 ‘신일산업’ 브랜드만 붙여 판매하는 게 많다. 매출을 내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신일산업은 지난해 8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국에는 왜 다이슨 같은 회사가 없을까” 하고 사모펀드 대표가 푸념했다. 다이슨은 ‘날개 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영국의 가전기업이다. 선풍기, 청소기 등 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명품’ 으로 통한다.

중견기업 회장은 “한국에도 가능성 있는 회사가 있다”고 했다. 휴롬을 꼽았다. 휴롬은 저속 착즙 방식의 원액기로 3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회사다. 휴롬은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제품 확장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사모펀드 대표는 “휴롬이 스팀청소기 같은 것은 안 했으면 좋겠다”며 “브랜드 가치가 지켜진다면 꼭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끝)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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